한계 앞에서 겸손 유지하기: 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회복

글/ 기혜(起慧)

[명혜망] 2017년 어느 날, 클라우디오 페루시니(Claudio Perusini)라는 아르헨티나 중년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그는 출혈성 뇌경색을 동반한 심각한 허혈성 뇌졸중에 걸려 곧바로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고 여러 장기가 연이어 부전을 일으켰다.

당시의 임상 진단은 거의 어떤 희망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손상을 입어 생존율이 극히 낮았으며, 요행히 목숨을 건진다 해도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가능성은 없었다.

바로 이러한 순간, 현지 주교는 그의 가족에게 아르헨티나 수녀인 마마 안툴라(Mama Antula)에게 전구(轉求, 하나님께 대신 기도함)를 청하라고 조언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가족들은 그대로 따랐다.

이후 벌어진 일은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페루시니는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회복됐고, 지적 능력과 행동 능력이 모두 정상으로 돌아와 마치 치명적이었던 그 뇌졸중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것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이 아니다. 바티칸의 의학위원회는 이후 그의 완전한 병력과 모든 의료 검사 자료를 열람하고 하나하나 대조한 끝에 엄격한 결론을 내렸다. “현재의 과학 지식으로는 이번 회복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 사례는 수년간의 심사를 거쳐 2023년에 조사가 완료됐고, 프란치스코 교황(1936년~2025년)의 승인을 받아 기적으로 공식 인정됐다[1].

이 전체 과정에서 과학적 방법은 직접적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알고 있는 모든 자연적 요인을 배제함으로써 인류를 위해 ‘자연법칙의 한계’를 표시해 줬다. 과학이 여기서 맡은 역할은 이 현상이 확실히 인류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범주를 넘어섰다는 것을 확인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가톨릭의 기적 인정 절차

많은 사람은 종교가 기적을 인정하는 것이 낭만적이고 임의적인 일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사실은 정반대다. 가톨릭 교회의 의학적 기적에 대한 심사는 극히 엄격하며, 대다수의 신청 건은 과학적 심사 관문에서 탈락한다.

전체 절차는 대략 5개 단계로 나뉜다.[2]

1단계, 교구 조사: 사건은 먼저 발생지의 교구에서 공식적인 조사를 진행한다. 모든 의료 문서를 수집하고 환자, 의사, 가족을 면담해 완전한 자료를 구축한 후 밀봉해 바티칸 시성부로 보낸다.

2단계, 바티칸 의학위원회: 이것은 전체 과정 중 가장 핵심적인 과학 심사다. 위원회는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의사들로 구성되며, 그중에는 심지어 비신자 의사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들은 단 하나의 질문에만 대답하면 된다. “현재 의학으로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원인이 존재하는가?” 주의할 점은, 그들은 “이것이 기적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3단계, 신학위원회: 오직 의학위원회가 ‘과학적 및 의학적으로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하다’고 인정한 후에만 사건이 신학위원회로 넘겨진다. 신학자들은 신중하게 판단한다. ‘이번 회복이 확실히 특정 성인에 대한 기도에서 비롯됐는가?’ ‘다방면의 기도가 섞여 있어 원인이 모호한 문제는 없는가?’ ‘가톨릭의 대도(代禱, 남을 대신하여 기도하는 것)에 대한 신학적 이해와 부합하는가?’

4단계, 추기경 및 주교 회의: 신학 심사를 통과한 후, 시성부의 추기경과 주교들이 투표로 표결한다.

5단계, 교황 승인: 마지막으로 교황이 승인하고 발표한다. 이 단계를 다 거쳐야 교회는 비로소 해당 사건을 시복(諡福)이나 시성(諡聖)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기적’으로 공식 인정한다.

언급할 만한 점은, 2단계의 의학위원회가 오랫동안 7가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심사해 왔다는 것이다. 질병 진단이 명확해야 하고, 질병 자체가 심각하고 예후가 좋지 않아야 하며, 치유는 완전한 회복이어야 하고, 치유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며, 치유가 지속성을 지니고 재발하지 않아야 하고, 의학적 치료 자체만으로는 이 결과를 설명하기에 부족해야 하며,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기존의 의학 지식에 따라 합리적인 과학적 설명을 찾을 수 없어야 한다.[3]

과학의 본질과 한계

여기까지 보면 아마 누군가는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과학은 종종 종교를 반대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가? 어떻게 반대로 기적을 인정하는 핵심 단계가 됐단 말인가?

이 속에는 사실 ‘과학의 본질’에 대한 보편적인 오해가 숨어 있다.

먼저 과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말해 보자. 미국 과학철학자 리 맥킨타이어(Lee McIntyre)는 《과학적 태도(The Scientific Attitude)》에서 이른바 과학적 태도란 증거를 중시하고 새로운 증거에 따라 이론을 수정하거나 심지어 바꾸려는 의지라고 지적했다[4]. 영국 과학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는 진정으로 과학적 태도를 갖춘 사람은 주도적으로 반론을 찾고 자신의 이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며, 개인의 신념 때문에 새로운 증거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5].

과학 연구의 방법에 관해서는, 보통 이와 같은 일련의 단계가 포함된다. 관찰, 가설 제기, 증거 수집, 가설 검증, 가설 수정 또는 폐기, 마지막으로 다른 연구자들의 반복 검증을 수용하는 것이다[6].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과학 연구에는 그것만의 분명한 한계가 있다. 과학이 다루는 것은 ‘관찰 가능하고, 측정 가능하며, 반복 검증이 가능한’ 사물이다. 그리고 과학의 결론은 본질적으로 흔들릴 수 없는 궁극적 진리가 아니라 ‘아직 반증되지 않은 잠정적 가설’로 여겨져야 한다.

흔한 인지적 허점

이 점을 이해하고 나면 흔히 하는 말의 허점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사람은 ‘과학의 발전은 종교 신앙에 대한 부정과 같다’고 믿으며, 심지어 ‘과학은 신앙이 단지 미신일 뿐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적 방법은 ‘신의 존재 여부’를 위해 관찰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연구를 전혀 설계해 내지 못했다. 그리고 ‘과학이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결코 ‘과학이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했다’는 것과 같지 않다.

과학을 모든 초자연적인 경험을 부정하는 도구로 삼는 것, 이것 자체가 도리어 과학 정신에 위배된다. 이러한 성향은 보통 ‘과학주의(Scientism)’라고 불린다. 이는 과학이 만능이라고 맹신하고 과학만이 유일한 진리의 원천이라고 단정하며, 과학적 방법을 그 능력 밖의 영역에 남용하는 교조화된 심리 상태다.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

과학이 많은 사람에게 자연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 것은 틀림없다. 과학기술이 이토록 발달한 오늘날에도 인체와 생명의 복잡한 작용에 대한 현대 의학에는 여전히 많은 미해결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왜 신앙인에게서 병리학적 법칙을 어기고 짧은 시간 안에 기적처럼 회복되는 상황이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다.

과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고 확정할 수도 없다. 이는 현대 과학의 한계성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인식 능력의 경계 앞에서 겸손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과학 정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무신론자나 유물론자에게 ‘기적적인 회복’ 현상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던진다. 이 ‘의학적 기적’을 창조해 낸 힘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참고문헌

[1] America Magazine / Catholic News Service (CNS) (2024-02-09). “Pope, man cured thanks to Mama Antula are linked by omelets and beer.” https://www.usccb.org/news/2024/pope-mancured-thanks-mama-antula-are-linked-omelets-and-beer.

[2] Vatican News: Dicastery for the Causes of Saints.

[3] Duffin, J. (2009). Medical Miracles: Doctors, Saints, and Healing in the Modern World. Oxford University Press.

[4] McIntyre, L. (2019). The Scientific Attitude: Defending Science from Denial, Fraud, and Pseudoscience. MIT Press.

[5] Popper, K. R. (1959).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 Hutchinson.

[6]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08). Science, Evolution, and Creationism. National Academies Press.

 

원문발표: 2026년 8월 12일
문장분류: 시사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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