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산(寒山, 중국)
[명혜망]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는 이런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도성[都城, 책에 여러 국가가 나오지만, 여기서는 가필시국(迦畢試國)을 가리킨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힌두쿠시산맥 이남 카불강 유역에 해당함]에서 서북쪽으로 200여 리를 가면 대설산(大雪山)에 도착한다. 산꼭대기에는 연못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이 비나 맑은 날씨를 기원하면 모두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다.
이전 기록에 따르면, 옛날 건타라국(健馱邏國)에 아라한(阿羅漢) 한 명이 있었는데 평소 이 연못 용왕의 공양을 받았다. 점심때마다 아라한은 신통력을 발휘해 밧줄로 엮은 상(繩床)을 타고 허공을 날아 용궁의 연못으로 갔다.
한번은 아라한을 모시는 사미승이 몰래 상 아래에 매달려 몸을 숨긴 채 따라왔다. 아라한이 시간에 맞춰 용궁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미승을 발견했다. 이에 용왕은 사미승도 식사에 초대했다.
용왕은 천상의 감로(甘露)로 아라한을 대접했고, 인간 세상의 음식으로 사미승을 대접했다. 아라한이 식사를 마치자 곧 용왕을 위해 불법(佛法)의 요지를 설법했다. 사미승은 평소처럼 스승의 식기를 씻었는데, 식기에 남은 밥알이 있었다. 사미승은 거기서 나는 좋은 향기에 깜짝 놀라 악념을 품고, 스승을 원망하며 용왕에게 분노해 마음속으로 ‘모든 복력(福力)이여, 지금 당장 나타나 이 용왕의 명을 끊고, 나 자신이 왕이 되게 하소서’라고 생각했다. (역주: 용왕이 아라한에게는 천상의 감로를, 사미승에게는 인간의 음식을 대접했기에, 사미승은 스승의 그릇에 남은 밥알의 향을 맡고 자신이 차별받았다고 느껴 용왕과 스승을 원망한 것이다.)
사미승이 이 소원을 빌 때 용왕은 이미 두통을 느꼈다. 아라한은 사미승의 서원을 알고 설법하며 사미승을 타이르자, 용왕도 자신의 허물을 사과하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그러나 사미승은 분노를 품은 채 스승의 가르침도, 용왕의 사과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찰로 돌아온 후, 사미승은 진심으로 서원을 세우고 그날 밤 죽었다. 복력의 작용으로 그는 크고 위엄있고 사나운 대용왕으로 변했고, 이에 연못에 들어가 원래의 용왕을 죽이고 용궁을 차지해 용왕의 부하들을 거느리며 모든 명령을 총괄했다. 그는 원래 맹세했던 바가 있었기에 광풍과 폭우를 일으켜 나무를 뽑아버리고 사찰을 훼손하려 했다.
당시 가니색가왕(迦膩色迦王, 쿠샨 왕조의 유명한 국왕)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묻자, 아라한은 자초지종을 국왕에게 알려주었다. 국왕은 즉시 대설산 아래에 새 용왕을 위해 사찰을 짓고, 100여 척 높이의 불탑을 세웠다.
하지만 대용왕은 묵은 원한을 품고 또다시 비바람을 일으켰다. 가니색가왕의 뜻은 중생제도에 있었으나, 용왕은 분노하는 독한 마음으로 악행을 저질러 사찰과 불탑이 여섯 번이나 파괴됐고 일곱 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완공됐다. 비록 완성됐지만 사찰과 불탑을 짓는 과정에서 거듭 훼손된 것에 대해 가니색가왕은 깊은 수치심을 느꼈고, 연못을 메우고 용궁 거처를 허물어버리려 했다. 이에 군대를 일으켜 설산 아래에 도착했다.
당시 대용왕은 큰 두려움을 느끼고 늙은 바라문(婆羅門)으로 변신해 국왕이 탄 코끼리를 멈춰 세우고 권고했다. “폐하께서는 전생에 선(善)의 근본을 널리 심으시고 특별한 인연을 많이 맺으시어 인간 세상의 군주가 되셨으니, 감히 복종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찌하여 용과 다투려 하십니까? 용은 단지 축생일 뿐이고 비천하고 열등한 부류이나 위력은 매우 커서, 힘으로 다투어선 안 됩니다. 그것은 구름을 타고 바람을 몰며 허공을 날고 물을 밟을 수 있어 사람의 힘으로는 제압할 수 없으니, 대왕께서 하필 그것 때문에 노여워하십니까? 폐하께서는 지금 전국의 병력을 집중해 한 마리 용과 싸우려 하십니다. 이기더라도 먼 곳을 굴복시키는 위풍이 되지 못하고, 만약 실패한다면 이기지 못한 수치심이 더 클 것입니다. 제가 폐하를 위해 헤아려 보건대, 마땅히 군대를 거두어 조정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가니색가왕은 이 권고를 듣지 않았고, 대용왕은 곧장 연못으로 돌아가 하늘을 진동하는 소리를 내고 번개와 천둥을 치게 했다. 거센 바람이 일어 나무가 뽑히고 모래와 돌이 비 오듯 쏟아졌으며, 구름과 안개가 빽빽하게 끼어 천지가 캄캄해졌다. 국왕의 군사들과 말들은 모두 놀라고 두려워했으며, 이에 가니색가왕은 전군에 마음을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불법(佛法)의 보우를 기원하라고 명령했다.
가니색가왕이 불법에 기도하며 말했다. “저는 전생에 많은 복덕을 쌓아 이번 생에 인간의 군주가 됐고, 위풍으로 강적을 굴복시키고 남섬부주(南贍部洲)를 통치하게 됐습니다. 지금 이 축생에게 제압당하는 것은 확실히 제 복덕이 아직 얕기 때문입니다. 바라건대 모든 복력이여, 지금 즉시 나타나 주시옵소서!”
그의 두 어깨에서 즉시 큰 연기와 불꽃이 치솟자 용왕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비바람이 가라앉고 구름과 안개가 걷혔다.
이후 국왕은 군사들에게 한 명당 돌 하나씩을 나르게 해 연못을 메우라고 명령했다. 대용왕은 또 늙은 바라문으로 변신해 다시 국왕에게 간청했다. “제가 바로 저 연못 속의 용왕이온데, 당신의 위력이 두려워 항복하러 왔습니다. 부디 저를 자비로 가엾게 여기시어 저의 지난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대왕께서는 중생을 품어 기르시고 천하 생령을 비호하시면서 어찌하여 저에게만 홀로 상해를 가하려 하십니까? 대왕께서 만약 저를 죽이신다면 저와 대왕 모두 악도(惡道)에 떨어질 것입니다. 대왕께는 생령을 살해한 죄가 생기고 저에게는 분노와 원한의 마음이 남게 되니, 인과응보는 털끝만큼도 어긋나지 않고 선악이 명백해질 것입니다.”
가니색가왕은 곧 이 대용왕과 분명하게 약조를 맺어, 만약 용왕이 훗날 또다시 침범한다면 결코 다시는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용왕이 말했다. “저는 전생의 악업으로 인해 이번 생에 용으로 환생했습니다. 용의 본성은 사납고 악랄하여 스스로 구속하지 못하니, 때때로 성내는 마음이 일면 스스로를 억제하는 것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대왕께 간청하오니 다른 사찰을 지어주신다면 저는 절대 다시는 훼손하지 않겠습니다. 산꼭대기에 한 사람을 파견하여 지켜보게 하시다가, 검은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하면 서둘러 건추(犍椎, 대중을 모으거나 때를 알릴 때 치는 나무 또는 쇠로 된 도구)를 치게 하십시오. 제가 건추 소리를 들으면 악념이 가라앉을 것입니다.” 이에 대왕은 사찰 하나와 불탑 하나를 다시 짓고 사람을 파견해 구름의 기운을 관찰하게 하였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끊이지 않았다.
이야기 속 사미승은 질투와 원한의 마음이 강성해 용으로 환생했다. 그러나 환생한 뒤에도 질투와 원한은 그에 따라 소멸하지 않았고, 국왕이 사찰을 지을 때 교란하고 파괴했다. 업룡(業龍)의 거대한 위력 앞에서 국왕은 불법의 보우를 기원했고, 마침내 업룡을 이겨내고 사찰 건축을 완수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 깨달음을 준다. 첫째, 수행자든 일반인이든 모두 원한과 질투심을 품어서는 안 되며, 그렇지 않으면 악과(惡果)를 초래하게 된다. 둘째, 악을 악으로 제압하는 것은 원한이 돌고 도는 일이 되며, 위난(危難) 속에서 신불(神佛)에게 기원하면 도움을 받아 악을 억누르고 선을 드날려 평안을 얻을 수 있다.
원문발표: 2026년 10월 1일
문장분류: 천인사이(天人之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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